殺而救國

한성별곡-正 연출 곽정환입니다
야외촬영 중.jpg (35.8 KB)
 


디씨 갤 여러분!

때론 누구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따스한 애정으로,

때론 누구보다 날카로운 비판으로 드라마 연출자들을 긴장시키는 디씨 갤 여러분께

늘 감사하는 마음에 몇 번씩 글을 쓰고픈 욕망을 참아내다가

어제 쫑파티을 마치고 이제야 비로소 글을 올립니다.

공홈에도 감사의 글을 올렸지만 이곳은 좀더 비공식적이라 여기고 ^^ 편하게 쓰겠습니다.

방송사도 시청률 조사 방법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KBS도 ‘PSI지수’라든가 몇 가지 자체평가도구들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시청률로부터 벗어나 사고할 수는 없습니다.

언론과 광고주의 영향력 때문인데, 특히 2TV 미니시리즈는 광고를 팔아야 하고,

시청자들과 역시 언론에서 거론하는 시청률로 소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늘 머릿속에 두 가지 사고가 공존합니다.

현실을 외면해서까지라도 신념을 지켜내고픈 박상규식 사고와,

보다 큰 목적을 위해서 방법은 다소 그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양만오식 사고... ^^


주인공들의 관계마저도 미스터리 요소로 사용해 장르의 재미를 살리려는 욕심으로

- 쟤네들은 도대체 무슨 관계이길래 저렇게 긴장하는 거야? 등을 노린 얄팍한 ^^ 계산 -

3, 4부에 어지럽게 흩어놓았던 멜로 회상씬들을 편집단계에서 1, 2부로 모은 이유는

(역시 지적한 분이 계시더군요 ㅠㅠ)

스토리 구조가 복잡하고 어려우니 시청률을 위해 인물 관계라도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윗분들의 조언!(제가 다니는 곳 역시 조직이라서 ^^)을 따랐기 때문이지요.

결과적으로 분당 시청률 그래프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이 멜로 회상씬이니

시청률을 위해 주장을 굽혔다가 오히려 시청률마저 손해 본 가슴 아픈 지점입니다ㅠㅠ

(얘기해 주면 힘 빠질까봐 주인공들에게도 말해 주지 않은 비밀^^ 처음 밝힙니다)


항상 다수의 시청자들을 위한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시청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무감이지,

시청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 것은 아닙니다.

사전제작의 단점 하나가 시청자 피드백 없이 짧지 않은 기간 촬영을 한다는 점이더군요.

대중문화를 하는 만큼 항상 시청자들의 피드백에 목말라하는 스탭들을 이끌고 전국을 돌며,

-자체 세트장이 없으므로 부안 이순신 세트장, 속초 대조영 세트장, 안동 왕건 세트장, 심지어 부여 서동요 세트장까지 사용했고, 황진이 선교장도 그런 곳 중 하나였지요 ㅠㅠ -

시청률로 인해, 정치적 오해로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으로 인해 기운 빠질 때마다,

숙소가 시골이라서 컴퓨터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매일 밤 한성 갤을 들어와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글 하나하나가 제게 힘을 주었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드려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종방연을 열어주시려는 열의를 느낄 때마다, 감사한 마음에 때론 울컥하기도 하지요.

DVD를 제작하려는 열성을 느낄 때마다 - 2차 저작물에 대한 권한을 KBS미디어에 일임한 회사 사정상 연출인 저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만 - 감독판은 아니더라도 DVD를 제작하게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할 수 있는 한 사정없이! 있는힘껏! 거침없이! 많은 내용을 채워보리라 마음먹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굽신~인가요? 꾸벅~인가요?


재촬영, 보충촬영, 엔딩씬 재촬영을 언급한 기사들은 모두 거짓임을 말씀드립니다.

제작 발표회 시점까지 100% 사전제작을 목표로 진행 중이었는데,

6부 촬영이 끝나가는 시점까지 7, 8부 대본을 더 수정하고픈 욕심에 그만 시간을 끌어버려서 방송 시작 후에도 7, 8부 촬영이 진행된 것을 기자분들이 오해한 듯싶은데, 전화로 해명을 해도 정정보도는 나지 않고, 다른 곳에서 받아 쓰고, 오해가 커진 듯싶습니다.


한성별곡-正에 재촬영씬이 한 개 있긴 있습니다.

민초들이 붐비는 ‘저자거리’와 다르게, 대갓을 쓴 양반들이 주로 다니는 ‘육의전 거리’ (저는 재래시장과 백화점이라고 설정했습니다만^^)를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찍었는데, 다른 영화들에 나온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고민 끝에 몇 가지 색의 천들을 늘어뜨린 후 재촬영했지요. (양만오가 행수들에게 ‘도고’를 주장하는 씬)


읽는 재미도 쏠쏠한 곳이라 앞으로도 자주 들러, 여러분들의 -복습을 김새게 하지 않는 한- 궁금증 몇 가지를 선정해 주시면, 제작과정 상의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덟 개 정도? 8부작이니까? ^^ 그것도 여러분께서 논의해 정해주세요. 전 또 그 과정을 지켜보며 즐기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여러분께 감사하는지 느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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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2 22:27:01